[여계봉의 산정천리] 월출산 백운동 원림과 강진다원 오솔길에는 다향이 가득하네

국립공원 명품숲길 걷기-1

여계봉 선임기자

전명희 기자

작성 2020.09.17 11:30 수정 2020.09.17 12:30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70%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어서 전국 어디를 가도 산림이 우거진 국립공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국립공원에는 굳이 산의 정상을 오르지 않더라도 산자락에 둘레길이나 휴양이나 치유를 위한 숲길 등이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어 힐링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는 매력적인 휴양공간이다.

 

숲길을 따라 걸으며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안정되고,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바로 피톤치드때문이다. 피톤치드는 식물에서 나오는 각종 향균성 물질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사람이 피톤치드를 흡입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돼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면역력이 강화되며 심폐기능도 높여준다.

 

요즘처럼 코로나19 때문에 생긴 코로나 블루코로나 레드같은 사회적 병리 현상을 해소하기에 가장 좋은 피난처가 바로 숲이다. 그래서 신종 코로나의 기세가 수그러질 때까지 국립공원에 있는 명품 숲길을 찾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백운동 원림은 담양 소쇄원, 완도 부용동정원과 함께 호남 3대 정원으로 꼽힌다.


백운동 원림은 월출산국립공원 자락 강진의 성전면 월하리에 있다. 월출산 다원주차장에 내리면 넓게 펼쳐진 차밭 아래로 백운동 원림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한낮인데도 마치 터널로 들어가는 분위기다. 차밭 아래로 내려오면 백운동 원림으로 가는 오솔길이 나오는데 대나무와 동백이 무성하게 우거져 맑은 기운이 풍겨 나온다. 길옆으로 흐르는 작은 계곡물이 길동무가 돼 귓전을 어루만져준다.

 

백운동 원림은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 꼭꼭 숨겨져 있는 비밀의 정원 같다.


두터운 숲 사이에 들어서면 여름의 늦더위는 어느새 달아나고 없다. 숲을 지나고 작은 계곡을 건너면 조금 넓은 공간이 열리면서 아담하게 조성된 집이 나온다. 백운동원림은 조선시대 선비 이담로(16271701)가 별서(別墅)를 짓고 원림(園林, 집터에 딸린 숲)을 꾸민 곳이다. 담장 옆 계곡이 흐르는 바위 위에 앉아 있으면 물소리와 새소리가 멋진 앙상블을 이룬다. 별서 안으로 들어서니 작은 별채가 몇 채 보이고 소박하지만 운치 있는 정원이 잘 꾸며져 있다.


한적한 계곡 따라 무심하게 걷다보면 어느새 숲속에 잠겨있는 별서를 만난다.


백운동 원림의 살림집 툇마루에는 백운유거(白雲幽居)라는 현판이 붙어있다. ‘흰 구름에 깃들어 산다는 집 주인의 마음이 담겨있는 듯하다. 마당 주위에는 백운동 12이라 하여 하나씩 표지판을 세워 놓았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 중에 이곳을 들러 별서의 아름다움에 반해 하나씩 이름을 붙인 후 시를 지어주었다고 한다. 정약용은 여기서 멀지 않은 만덕산 자락에서 유배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차나무가 많아 다산(茶山)으로 불리는 곳에 사는 자신을 스스로 다산초부(茶山樵夫)’라 불렀다. 이는 자연스레 그의 호가 되었고, 기거하던 그의 집은 다산초당(茶山草堂)’이 되었다.


먹감나무에 흰 글씨로 쓴 ‘백운유거(白雲幽居)’. 400년 된 현판이다.


원림을 조영할 때 계곡물을 끌어와서 아래, 위에 연지(蓮池)를 만들었고, 별서 바깥은 대나무 숲을 조성하여 선비의 강직함을 은유하는 상징성이 돋보인다. 특히 정자인 정선대를 만들어서 수려한 월출산 옥판봉의 바위 능선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한국 전통원림을 대표하는 문화재로 부족함이 없다.


집밖으로 나오면 작은 계곡 앞의 큰 바위에 白雲洞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합천의 가야산에도 신라 말 비운의 인물 최치원이 은거하다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는 백운동이 있다. 백운동은 심산유곡에 은거하는 선비들의 이상향이기 때문이었을까.


12경 운당원(篔簹園). ‘늠름하게 하늘로 솟은 왕대나무 숲’이란 뜻이다.


백운동 원림에서 나와 숲길을 따라 위로 올라오면 또 다른 초록 세상인 강진다원이 펼쳐진다. 무위사에서 월남사지까지 월출산 자락에 넓게 조성된 녹차 밭인데 태평양 다원에서 불모지를 개간하여 계단식 차밭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부드러운 곡선과 초록빛이 돋보이는 차밭은 월출산의 솟아오른 바위들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연출한다. 오늘은 유달리 날씨가 맑아 찻잎에 반사된 햇살로 눈이 부실 지경이다. 이곳은 제주 다원, 전남 보성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덜 알려져 있어서 한적한 편이다. 다원에서 천년사찰 무위사까지는 2km가 채 되지 않아 차밭의 푸르름을 온전하게 느끼면서 호젓하고 여유로운 산책을 이어나갈 수 있다.


10만 여 평의 푸른 녹차 밭과 솟아오른 월출산 바위의 어울림은 가히 환상이다.


월출산 주변을 좀 더 오랫동안 눈에 담고 싶다면 달빛한옥마을을 추천한다. 10여 년 전 조성된 한옥 전원주택 단지로 한옥 28채 중 13채가 민박을 한다. 집집마다 너른 잔디 정원과 잘 가꾸어진 한옥이 저마다 개성이 달라서 마을을 돌아다니며 한옥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달빛한옥마을. 누마루에 앉으면 월출산의 바위 능선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강진다원에서 월남사지로 가는 길은 한적한 농로 따라 유유자적(悠悠自適) 걷는 길이다. 길눈을 밝게 하고, 귀를 즐겁게 하는 길이다. 고개만 들면 보이는 월출산은 손때가 묻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풋풋함을 전해준다. 평탄하고 평지가 이어져 있어서 나이 불문하고 남녀노소 편하게 걷기 좋은 이 길은 다산과 초의선사가 교류하던 차의 길이자 구도의 길이기도 했다.

 

월남사지에 도착하니 온 몸에서 은은한 녹차 향이 진동하는 것 같다.



 


여계봉 선임기자 yeog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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